나철원 (사)장성잔디협회 이사

잔디부산물을 태울 수밖에 없는 이유

잔디부산물은 생각보다 양이 많이 배출된다. 필자의 경우 3,000㎡(900평)에서 1회 잔디깎기 작업 시 3~5㎥의 양이 발생되어 연 10회 정도 작업한다고 보면 30~50㎥의 잔디부산물이 발생된다고 본다. 정확한 양은 아니어도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략 수치로 환산해 본 것이다.

자연스럽게 농가들은 1년 동안 쌓아둘 공간이 없으므로 다음 깎기 작업 전에 잔디부산물을 태우게 된다. 하지만, 잔디부산물은 그 특성상 통기가 되지 않는 탓에 겉은 마르지만 속은 녹색 상태 그대로이다. 겉의 마른 잎이 타면서 그 열로 속의 생잎을 태우게 되므로 연기만 주구장창 나는 것이다. 당연히 고약한 냄새는 동반될 수밖에 없다.

가장 손쉬우면서도 편리한 작업방식을 택하는 것인데, 농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들을 태워 온 것은 전통적인 방식이기도 하여 약간의 불편함은 농가들끼리 이해하며 지내온 것이다. 더불어 잔디부산물을 태우는 시기는 여름이므로 화재 위험도 없다고 농가들은 판단하는 것이다.

농가들 입장에서는 달리 어찌할 방도도 없는 문제이므로 태우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잔디부산물의 퇴비화 가능성
국내에서는 춘천C.C에서 자가퇴비화한 사례를 발표하여 필자도 자료로 본 적이 있다. 우리 농가들 중에서도 일부 자가퇴비화를 하고 있다. 필자가 미국 코넬대학교를 방문하였을 때 자가퇴비화하는 시설을 본 적도 있다. 잔디부산물의 퇴비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것을 우리 농가에게 적용하였을 때 농가들의 수용여부인데, 여간 번거로운 문제가 아니다. 잔디부산물은 통기가 너무나 불량하여 자연경과로 퇴비화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축분 퇴비에 비해 훨씬 많은 회수의 뒤집어 섞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는 장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빠른 퇴비화를 위해 미생물 등 다양한 추가 자재의 도움도 첨가되어야 한다.

잔디농사의 장점은 고령농가이더라도 대형장비나 젊은이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재배가 가능한 것인데, 현재 기술로 퇴비화를 한다면 장비와 젊은이의 도움이 불가피하므로 대부분이 고령농가인 점을 감안하면 농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대부분이 고령농가인 농촌에서 이 분들을 배려하지는 못할망정 부담을 주는 사업이라면 필자로서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렇듯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잔디부산물의 특성이 있고, 농가들 또한 재생할 수만 있다면 재배과정에 중요한 성분들이어서 아까운 맘들이 가득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으로 불가피하게 태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기고문에서 밝혔듯이 필자 또한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판단하고 다른 과제에 집중하느라 잔디부산물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못하였다. 현재 개인적인 대안으로 부산물을 쉽게 수거하는 방식 개발을 조심스럽게 제안드린다.

차제에 군에서 주도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많은 이들의 지혜를 모아 문제해결하기를 요청 드린다. 더불어 잔디부산물 처리는 전 세계적으로 쉽고 간단한 해결법은 없다는 점을 지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장성잔디가 한국잔디의 메카로서 미래에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잔디부산물 해결의 책임 또한 장성잔디에게 있다. 학계나 민간업체, 국가기관은 군에서 요청한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장성으로 모일 수 있다. 필자가 만나본 분들은 군에서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생산자단체나 농가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직시하고 행정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재차 요구한다.

현 군수 취임 이후 군과 생산자단체가 합심하여 백억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확보한 능력을 장성군은 보여준 바가 있다. 추가되는 비용문제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당국과 담당부서의 거침없는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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