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한국잔디에서 장성잔디 농가들이 일군 금자탑은?

나철원 (사)장성잔디협회 이사

장성잔디 농가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를 하겠다.

야산의 잔디를 농지에 들여와 최초로 농산물로 인정받은 점, 국내 주산지로 확대 재배하여 잔디의 메카로 인정받은 점, 독특한 재배기술로 장성중지라는 새로운 품종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점 등을 이야기하였다.

오늘은 유통과 장비 등 생산 이외의 면에서 우리 장성농가들의 성과를 이야기하겠다.

소비를 위해서 생산을 하고 출하, 가공하여 최종 소비처로 가는 과정이 유통이겠다. 생산지에서 소비처로 가기위해 잔디라는 작물은 어떻게 수확하여 출하하는 것일까. 땅에 밀착하여 붙어서 자라는 이 잔디를 수확하는 과정이 일반인들에겐 궁금할 것이다.

뗏장이라고 말하는 사각형의 형태는 이미 시장에서 일반화된 규격이었다고 한다. 예전 뗏장은 통상 ‘20전’이라고 불렀고, 가로세로 20cm 크기의 정사각형이다. 모양이 정확해야 하고, 뗏장의 두께 또한 일정해야 소비처에서 사용하기 편리할 것이다. 제각각인 모양에 두께도 일정치 않다면 최종소비처에서 시공하기에 불편할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이 들 테니 말이다.

따라서, 최초 수확에서부터 일정한 규격과 두께의 필요성을 농가들이 인정한 상태에서 수확이 시작되었다. 일정한 규격을 만들기 위해 반듯한 선 모양으로 자르는 작업이 필요했고, 일정한 두께를 만들기 위해 반듯한 작업도구가 필요했다.

세부내용은 아래 장비 이야기에서 하기로 하고, 수확을 위해 필요한 기준을 이해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겠다.

이렇게 수확된 잔디들을 한데 모으고 대형운송장비에 이송하여 소비처로 유통하는데, 타 작물과 달리 생산자들이 주도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장성잔디의 특징이라 하겠다. 아무래도 잔디산업이 국내에서는 희귀한 편에 속하고, 소비처도 다양치 않은 탓이었으리라.

장성잔디 농가들은 본인들이 재배한 작물을 출하하기 위하여 수확과정에 필요한 작업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수반되는 도구들이나 장비 또한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생산자가 유통에 진출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수확과정에 인력과 장비가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집하, 운송 과정은 비교적 단순 공정이고 비용만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수확과 운송 과정에서 수익구조가 생기면서 유통법인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현재, 80여개 유통법인이 설립되었고 대략 40여개가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 법인들이 전국 물동량의 80% 가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분이 지역 연고가 있는 법인들이며 생산자이기도 하다.

이렇듯 장성잔디의 강점은 생산-수확-출하-유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원스톱으로 단숨에 해결된다는 것이다. 생산자들이 유통업에 진출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타지에서 소득을 감안하여 잔디를 재배하더라도 농가나 면적에서 확대가 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위에서 말하였듯이 생산자 스스로 유통에 진출하면서 장성에서 직접 개발되고 사용되는 장비들이 생산과 출하과정에서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기존의 도구들을 다듬어 사용하기도 하고, 농기구수리점에서 개발한 장비들이 상당하다. 농촌에서 그것도 일개 면단위에서 장비를 국산화하고 자체 개발하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예지물수거통이다. 잔디 깎는 기계에 부착되어 깎기로 발생한 예지물을 자동으로 담아주는 장비이다. 기계는 대부분 수입기계인데 여기에 부착된 예지물 수거통은 국산인 셈이다. 우리 장비를 보고 외국본사에서도 성능면에서 놀랬다는 후문이다. 지역인사 중 한 분은 미국에서 이를 사업화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삼서면에 소재한 3군데 농기구수리점에서 특허를 득하여 제작 판매중이다. 깎는 작업으로 수확물의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잔디수확기이다. 미국은 잔디가 생활인 탓에 수확기의 종류도 다양하고 크기도 초대형트랙터까지 어마어마하다. 국내생산량을 천만평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에 비하면 하나의 농장일 뿐이니 우리에게 크기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외국의 잔디수확기와 비교하여 내구연한이 길고 단단한 토양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수확기를 이용하여 일정한 두께로 출하가 가능한 것이다.

셋째, 재단기이다. 트랙터에 부착하여 사용하는데 개발하였다기 보다는 기존 부품들 창조적으로 조합하여 활용하는 장비이다. 재단은 반듯한 선모양으로 농지의 잔디를 자르는 작업을 말하며 출하과정의 깎기 다음 작업이다. 이 작업으로 일정한 규격을 만들어낸다.

다음으로 깎는 기계 부착 날이나 방제장비 등이 있다. 이 모두가 농가들의 필요를 장성지역 스스로 해결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주시하는 신장비가 있다. 타작물의 파종기에 해당하는데 농지를 경운한 후 종자 잔디를 심어주는 기계이다. 잔디이식기인 셈이다. 몇 년 전부터 한 수리점에서 개발하였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농가보급용은 될 수 없지만, 잔디산업 발전면에서 장성잔디의 새로운 진출이다.

다음 편에서는 일반인들 입장에서 잔디에 관한 궁금증 몇 가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겠다.

(본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알려 드리며, 착오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은 꼭 지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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