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잔디 이야기

나철원 (사)장성잔디협회 이사

잔디를 재배한다구요? 놔두면 그냥 뻗는 거 아닌가요?
모든 식물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영양분을 필요로 합니다. 잔디에 ‘재배’라는 단어가 붙기 위해서는 타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생육과정에 사람의 작용이 있다는 뜻이겠죠. 잔디농가들이 잔디를 재배한다는 것은 소수의 개체를 키워서 농지 전체에 잔디의 피복 상태를 완료한다는 뜻입니다. 통상 7~10%의 잔디종자를 키워서 100% 피복하는데 1년의 세월이 걸리며 1년 1회 출하라고 말합니다. 이 과정은 제초, 시비, 깎기, 관수 등의 영농활동을 의미합니다. 부지런한 농가들은 2년 3회 출하를 하기도 합니다. 타지는 대부분 3년 2회 출하를 합니다. 1년 1회 출하를 장성농가들이 하기에 자연스럽게 가격경쟁력이 생겼고 장성지역이 잔디의 주산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잔디는 그냥 놔두면 우성인 잡초들에게 밀리면서 점차 개체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잔디는 농업인들이 재배하는 농산물이며 그냥 놔두면 잡초에 밀려 사라지게 됩니다.

공원이나 운동장에 잔디 말고 다른 풀을 사용할 수는 없나요?
잔디는 수많은 식물 중에서 사람들에게 이롭게 활용하도록 선택된 초종입니다. 지면을 피복할 수 있어야 하고, 낮게 자르더라도 죽지 않아야 하며 어느 정도 밟더라도 살아야 합니다. 거기에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감정도 줘야 합니다. 우리가 필요해서 선택한 초종인 만큼 사람에게 보다 널리 유익하게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특성을 가진 풀에게 ‘잔디’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서양에서는 통칭 ‘-grass-’라는 단어 앞뒤에 다른 단어가 붙어서 잔디를 표현합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소풀들 중에서 선택한 개념이라고 이해합니다. 잔디를 영어로 하자면 ‘turfgrass’가 맞다고 합니다. 우리는 잔디와 소풀을 구분하기 때문이죠. 들잔디, 금잔디, 비단잔디, 우산잔디, 왕잔디, 갯잔디 등등 우리에겐 아름다운 이름이 붙여진 잔디품종들이 있습니다.

아쉽지만 우리나라 법령에서는 잔디를 ‘떼’로 표현하며 농산물로 규정하고 있고, 행정에서는 산림청에서 임산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떼’라는 말보다는 ‘잔디’라는 말이 훨씬 좋은데요. 이런 표현 하나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은 우리 장성잔디인들의 몫이라고 보는데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잔디는 왜 씨로 뿌리지 않나요? 씨로 뿌리면 훨씬 경제적일 텐데요.
이 문제는 긴 설명이 필요한데요. 짧게 얘기하면 우리 잔디는 난지형잔디이고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따뜻한 날이 1년 중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일반인들에게 자주 보여지는 골프장의 홀컵이 있는 그린이나, 프로야구장, 월드컵경기장 등에 있는 잔디는 한지형잔디입니다. 서늘한 날씨에 잘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한지형은 대부분 씨로 파종하여 재배하고 난지형은 대부분 영양체인 줄기하나하나를 생육시켜 피복하는 방식으로 재배합니다. 물론, 난지형인 우리 잔디도 씨로 재배할 수 있고 여러 가지 품종으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말입니다. 이 부분은 1편에서 잠깐 언급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도 관련 있으며, 추후 언급할 예정이니 오늘은 일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것으로 마칩니다.

잔디가 깔려 있으면 좋은데 관리가 너무 어려워요. 인조잔디가 더 낫지 않나요?
활용면에서 자연적인 것보단 인조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죠. 잔디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잔디라는게 살아있는 풀 중에서 우리가 특정한 풀에 이름을 붙인 것인데, 공장에서 가공한 물건에 인조잔디라고 잔디라는 말을 붙인다는 것이 필자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윤창출이 최우선가치인 자본주의 시장에서 대기업이 뛰어든 수익상품이기 때문에 인조잔디라는 단어가 성립하는 현실이 억울하기도 합니다. 인조잔디와 구분하기 위해 잔디 앞에 천연잔디가 붙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잔디가 천연 그 자체를 표현하는 단어인데 ‘천연’을 덧붙여야 한다니 씁쓸합니다. 천연잔디가 주는 가치를 인공구조물이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봅니다.

관리는 어려운 것이 필요한 공정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쉽다는 말을 굳이 하지는 않겠습니다. 필자는 남성들이 애지중지 하는 자동차 관리, 여성들이 때가 되면 갈아주는 커트, 침구류 수준의 고민과 잔디관리는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 생활에 아직 잔디는 가까이 오지 않은 탓이겠죠.

잔디관리가 어렵다는 일반인들의 왜곡된 시각은 우리나라 잔디산업 성장과정에 기인합니다. 서양은 일상생활인데 반하여 우리는 묘역에서 주로 사용했고, 잔디산업 성장을 촉발했던 올림픽, 골프산업, 월드컵 등은 한지형잔디인 양잔디를 들여오는 계기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잔디를 평가절하 시키며 열등한 잔디로 표현하였고 양잔디가 진정한 잔디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양잔디는 우리 기후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관리해야 합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상암구장에 깔렸던 우리 잔디는 피파측의 항의에 속절없이 벗겨졌습니다. 브라질은 우리 잔디와 유사한 난지형잔디를 깔았습니다.

한국잔디의 메카인 장성잔디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잔디관리의 해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군에서는 군소유인 잔디시설물들인 공설운동장이나 각종 공원부터 잔디관리를 철저히 하여 사람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잔디의 가치는 사람이 그 공간에 직접 들어가 활동할 때입니다. 그리고, 잔디는 영원히 사는 불사초가 아닙니다. 사람처럼 나이를 먹어가고 늙으면 죽습니다. 많이 밟으면 사고로 죽듯이 죽을 수 있는 식물입니다. 이런 인식이 당연한 것입니다. 죽으면 교체하면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장성은 증명해 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잔디의 메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지면관계상 몇 가지만 추려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댓글을 기다립니다. 한국잔디산업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이고 여기에 발맞춰 일반인과 수요자들의 이해관계를 장성잔디는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고민이며,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장성 스스로 소통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본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알려 드리며, 착오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은 꼭 지적 바랍니다. 전화:010-929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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