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한국잔디에서 장성잔디 농가들이 일군 금자탑은?

나철원 (사)장성잔디협회 이사

잔디에서 장성농가들이 가꾸어 온 결과는 너무나 많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재배면적이 500만평이니 실제는 훨씬 더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 생산량의 60%. 적게 잡아도 우리가 살면서 밟는 잔디의 한쪽 발은 장성잔디라고 보면 된다.

오늘은 생산적인 측면에서 얘기를 풀어나가겠다.

‘한국잔디의 메카’ 장성잔디를 홍보하면서 빠지지 않는 문구이다.
메카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지명이며, 이슬람교의 교조 마호메트의 탄생지로 알려져 있으니 이슬람의 성지이자 시초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야산에 잔디야 늘 있어왔던 것이니 장성 지역에 처음 생겼다는 기록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잔디의 메카라 함은 장성잔디 농가들이 야산의 잔디를 농지에 처음 도입한 의미라고 봐야 한다. 물론, 타지역에서 남모르게 농지에 가꾼 사람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러나, 생산지로서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재배기술을 정립해 온 지역으로 전남 장성을 메카로 보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장성의 잔디 농가들은 품종의 개념이나 재배기술조차 없는 ‘잔디’라는 식물을 농지에 들여옴으로서 농산물 품목을 늘린 셈이고, 대단위 생산단지를 조성함으로서 주산지로서 가치를 창조했다. 거기에 독특한 재배기술을 확립함으로서 농업에서나 학술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품종으로 시장에서 통용되나 학술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품종. 장성중지.
최초의 잔디는 야지이다. 들판의 잔디라는 뜻이다. 그리고, 가는 세엽의 금잔디라는 것이 있다. 대부분 이 두 가지 정도의 특성으로 잔디는 분류된다. 학술적으로는 100가지도 넘는 품종이 있으나 생략하겠다.

현재는 야지라는 말보다는 중지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그 연유가 있다.
장성농가들이 처음 잔디를 재배하기 시작할 때 잔디를 구할 수 없었다. 파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농가들은 들판과 야산 주변의 잔디(야지)를 일일이 캐다가 농지에 심었다. 야지라고 해서 모두 모양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에겐 같은 모양으로 보이더라도 농가들처럼 날마다 잔디를 보며 사는 사람들에겐 미세한 차이가 보이는 원리다. 재배 횟수가 늘어나면서 농가들은 본능적으로 생육이 우수한 모양의 야지를 더 심게 되고, 들판의 좁은 면적보다 농지의 넓고 트인 공간에 대단위로 야지들이 재배되면서 자연교배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열성의 형질보다 우성의 형질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세월이 수 십 년이 흘러가면서 이 형질이 야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양이 되었다. 일반인들도 느낄 정도가 된 것이다. 야지보다는 엽폭이 좁고, 금잔디보다는 엽폭이 넓다고 하여 중지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엄밀히 새로운 품종이 생겼으나, 과학적으로 진행된 연구결과가 아니니 정식 품종으로는 등록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학계에서 장성중지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실리고 있고,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나라에서 인정하는 공식 품종등록이야 불가능하겠지만 머지않아 장성중지라는 말이 학술적으로 등록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타 지역에서도 중지 형질의 잔디들이 많아지는 것은 생존경쟁의 자연스런 결과인 듯하다. 한편으로 고유한 야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생육이 느린 탓에 농가들이 선호하지 않는 탓이다.

민간인들은 품종보호자가 아니다. 사라지는 품종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몫이다. 잔디의 메카인 장성군은 중앙정부에 요구할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군유지에 최소한의 면적이라도 우리 고유의 품종인 야지를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잔디는 또한 누구에게 어떻게 키우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장성농가들 스스로 약재와 비료 등 자재들을 사용해 가면서 경험과 서로간의 정보공유로 1년 동안의 재배기술을 확립해 왔다. 같은 농약이더라도 잔디에 사용할 때의 비율, 농약끼리 혼용할 때의 효과와 역효과, 비료 성분별로 사용하는 시기와 적정량, 깎기와 평탄작업 등 재배에 필요한 노하우를 농가들 스스로 만들어 온 것이다.

사용해야 할 약재와 조심해야 할 약재, 희석방법, 혼용방법, 시비량과 시기, 깎기 회수, 관수, 평탄작업 등 농가들의 가슴마다에 최고의 재배기술이 담겨 있다. 국가에서 우리 농가들의 가슴에 담겨 있는 잔디재배기술을 정식 재배기술로 활용하는 작업을 조속히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알려 드리며, 착오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은 꼭 지적 바랍니다.)

다음편에서는 유통 및 장비 등 재배 이외의 측면에서 우리 장성잔디농가들이 쌓은 금자탑에 대해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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