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교황식에서 등록제로 바뀌면 뭐하나?

장성군의회 의장선출 방식이 교황식에서 등록제로 바뀐 후 처음으로 지난 1일 의장, 부의장, 3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교황식은 후보자 등록 없이 8명의 의원 모두가 후보자가 돼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후보자 등록이 없으니 후보자의 정견발표도 없다. 따라서 야합에 의한 자리 나눠먹기, 금품살포 등의 문제점에 대한 가능성이 지적을 받아 왔다. 현재 많은 지방의회가 교황식에서 등록제로 바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있다. 장성군도 지난 달 회의 규칙을 바꿔 이번 제7대 후반기 선거는 등록제로 치렀다.

그러나 선거 제도만 바뀌었을 뿐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일부 후보자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정견발표를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치르더라도 후보자는 정견발표를 한다. 정견발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군의원은 군민의 대표성이 있기 때문에 정견발표를 하지 않은 것은 군민을 무시한 것이다.

맨 먼저 치러진 의장선거에서 김재완, 차상현 후보에게 정견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김재완 후보는 정견발표를 하지 않았다. 차상현 후보는 “의장이 되면 의회 청사를 건립하겠다. 의회 직원들의 인사권을 독립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곧바로 이어진 선거에서 정견을 발표하지 않은 김재완 후보다 5표를 얻어 3표를 얻은 차상현 후보를 누르고 제7대 후반기 의장에 당선됐다. 상반기에 이어 재선이다.

이어진 부의장 선거에서도 김행훈 후보는 정견발표를 하지 않았다. 김회식 후보만 정견발표 기회를 활용한 것이다. 김회식 후보가 5표를 얻어 부의장에 당선됐다. 의회운영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에는 임동섭 의원과 고재진 의원이 단독 출마로 각각 무투표 당선됐다. 행정자치위원장에는 김상복 의원과 김옥 의원이 각자 정견을 발표하면서 경쟁을 펼쳐 김상복 의원이 당선됐다.

정견을 발표하지 않는 것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유권자를 향해 선거공약을 밝히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듭해서 강조하지만 공약 없이 선택을 받으려는 것은 아무 생각이 없거나 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뿐만 아니라 군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그렇게 치를 선거라면 굳이 교황식 선거제도를 등록제로 바꿀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등록제로 바꿨지만 교황식 선거 방식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항들이 그대로 재연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어 이번 제7대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선거는 실망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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