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담배


최용호(전남도립대학교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교육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선 크게 지지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소송에 대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흡연·질병간의 인과관계는 과연 있는가? 둘째, 흡연의 책임소재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셋째, 담배소송에 따른 피해는 담배회사와 서민 중 누가 입게 될 것인가? 이에 관한 논의는 이미 언론에서 충분히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까지 비슷한 맥락의 논의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현재 학교는 위기이다. 통계자료의 수치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학교로 들어오면 위기상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학생이 어린 나이일 때는 절제를 가르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자유와 책임을 펼쳐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교육은 처음부터 풀어버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자유를 먼저 선사한 결과 요즘 교실에는 통제 불능의 학생들이 넘친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탈선하는 청소년들이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 혹은 유대감의 수단으로 손쉽게 찾는 것이 바로 담배이다. 여학교에서는 그나마 덜하지만, 남학교는 교사들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지경이다.

담배를 기호식품이라고 하지만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이 빵을 사먹거나, 라면을 사먹는 것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빵이나 라면은 중독성이 없다. 흡연·질병간의 인과관계에 대해선 논란이 많지만, 흡연의 중독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그 중독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기 전에 이미 담배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중독성에 대한 위험성을 느끼기엔 우리나라는 담배 접근성이 좋고, 깔끔한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포장이 너무 산뜻하다. 껌 한 통 사는 것과 담배 한 갑 사는 것이 느낌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초의 흡연에 대한 책임소재는 분명 청소년에게 있겠으나, 그 이후로 그들이 흡연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에 대한 책임은 일부 혹은 대부분 담배회사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것에 대해 타의적으로 ‘중독’이 되어, 그 이후로 벌어지는 일들을 건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건전한 육체와 정신을 길러야 할 청소년기에 한 줌밖에 안 되는 독초에 서서히 인생을 내주고 있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처음 몇 번 구입한 행위를 갖고 ‘논리적으로’ 책임을 운운하며 뒷짐 지고 있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볼 때마다 울분이 끓는다. 그들은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우발적인 일들이 청소년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정녕 모르는가? 그 우발적인 일들이 중독으로 가는 첫걸음에 해당된다면 상황의 심각성은 자명하다.

따라서 담배소송에 따른 피해를 담배회사가 입느냐, 서민이 입느냐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이 기회에 담배사업이 억제되고, ‘청소년-담배’관련 법규가 보다 엄격해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는 것이다. 담배소송으로 인해 세수(稅收)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세수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건강한 청소년들이 사회로 많이 배출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에겐 최고의 세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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