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의원, 아직 발주 전인데 ‘설계 들어갔다’ 거짓말
100억 국비 예산 세웠지만 행정절차 상 문제로 한 푼도 사용 못 해 ‘불용’
사용 못 할 예산 확보해 놓고 군민동원 궐기대회 삭발시위…군민 우롱했나?
2024년 또 3억3천 쥐꼬리 예산 확보…이번엔 진짜일까?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 공약은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단골 메뉴로 등장해 ‘장성군 최대 숙원사업’으로 둔갑된 지 오래다. 그동안 유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치했다고 홍보하며 군민을 기만하는 군수도 있었다. 정부(질병관리청)는 최근 4년 동안 관련 예산을 100억원 가까이 편성했다가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불용처리했다. 지난 4일 이개호 의원은 의정보고회에서 “국립심뇌혈관센터, 올해 설계에 들어갔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직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용역을 위한 용역사도 선정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17년 전인 지난 2007년부터 국립심뇌혈관연구소(또는 국립심혈관센터) 유치 계획이 알려졌다. 2008년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시 이낙연 후보는 ‘심혈관센터 유치’를 공약했다. 이후 역대 장성군수는 물론이고 이낙연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개호 국회의원은 치적을 말할 때면 늘 심혈관센터 유치가 장성군 최대 숙원사업이라며 유치 의지를 앞세웠다.

그동안 국비 약100억원 확보했지만 사용액은 0원 '전액 불용'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립심뇌혈관연구소 국비 예산 확보 및 집행 현황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립심뇌혈관연구소 국비 예산 확보 및 집행 현황

이개호 의원은 2020년 연구비 2억원, 2021년 설계비 등 43억원, 2022년에 토지매입비 등 28억원, 2023년에 설계비 등 25억원 총 99억원의 국비 예산을 극적으로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장성군에 따르면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불용처리됐다.

왜 극적으로 세운 예산을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하고 불용처리했을까?

장성군 관계자는 “그동안 세운 예산은 거의 설계비, 토지매입비 등이 포함된 시설비로 세웠는데 모두 불용됐다. 설계비는 예타(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후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용역’을 1년여간 한 다음에 기본계획을 세우고 설계에 들어가는 것이 행정 절차인데 설계비부터 세웠기 때문이다. 절차상 사용할 수 없는 예산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사용하지도 못할 예산을 극적(?)으로 확보했다고 군민에게 생색을 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 왜 사용하지도 못할 예산을 어렵게 확보했을까?

이개호 의원에게 7일 서면 질문을 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장성군 관계자는 “매년 예산을 세웠던 것은 타 지역과 유치경쟁의 빌미를 주지 않고 장성에 설치된다는 사실을 못 박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 기자는 일부 정치인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군민을 만나보지 못했다. 복수의 군민은 “심뇌혈관연구소가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할 부분이 있겠지만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없는 예산을 억지로 끼워 넣어 엄청난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한 것은 혹세무민으로 이해된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질병청은 예산을 집행하라”고 궐기대회하고 삭발시위한 군민은 뭔가?

2021년 11월 22일 군민 500여명은 장성역 앞에 모여 “14년 공들인 국립심혈관센터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라!’면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또 많은 군민은 상경해 삭발까지 하면서 시위를 펼쳤다. 위정자들은 집행할 수 없는 예산이라는 것을 알면서 군민을 동원해 쑈를 했다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한 군민은 “불용 될 것이 뻔한 예산을 세워놓고 군민들이 장성역 광장에 모여 궐기대회를 하고 심지어 국회 앞에서 삭발시위까지 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냐? 군민을 우롱한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번에 세운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용역비’ 3억3천만원은 집행될까?

질병관리청은 그동안 세웠던 약 100억원의 예산을 모두 불용처리했고 이번 2024년도에 또 이개호 의원의 노력(?)으로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용역비’ 3억3천만원을 세웠다. 이번에는 장성군 설립이 확정된 것이고 타당성 조사 용역비는 절대 불용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장성군의 입장이다. 장성군은 지난해 7월 20일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장성군 설립이 확정됐다”며 “기획재정부 타당성 재조사 통과”를 그 이유로 들었다.

이개호 의원은 아직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도 안했는데 왜 설계에 들어갔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장성군관계자에 의하면, 1월 8일 현재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용역’을 위한 용역사를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2월경에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개호 의원은 벌써 설계에 들어갔다고 최근 의정보고회에서 밝혔다. 건설공사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한 용역사도 선정하지 않았는데 설계에 들어갔다고 한 말은 행정 절차상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이에대해 이개호 의원에게 질문지를 보냈지만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 

국립심뇌혈관연구소가 장성에 설립되면 장성군 발전에 도움이 될까?

장성군은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은 장성군 지역경제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 결과에 따르면 무려 1만 25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남면, 진원면 등 장성지역 대단위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립심뇌혈관연구소 관련 의문점에 대한 질문지를 어제 이개호 의원에게 보냈지만 오늘 아무 답변이 없어 이 의원의 입장을 싣지 못했습니다. 답변이 오면 이 의원의 입장을 싣도록 하겠습니다.(편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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