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솔라 유송중 대표(북이면 출신)

죽는 순간까지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그의 죽음에는 애도보다 분노가 더 많았다. 누군가는 그에게 ‘죽음마저 유죄’라고 말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쥐어 준 총으로 국민의 가슴에 겨눈 것이 아니라 쏜 독재자의 말로는 끝까지 비겁했다. 그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이행해야 할 납세의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이 오욕의 삶을 마감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졸개들은 죽은 그를 찾아 망발과 망언을 늘어놓고 있다.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는 그가 정치를 잘했다고 찬양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전두환의 반란 동지이자, 그를 이어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가 죽은지 29일만에 그도 갔다. 엄혹한 시절, 대학가에는 최루탄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다. 그 시절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것을.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광주의 진실은 아직도 묻혀있다. 그 진실을 밝혀 줄 책임자들은 끝내 입을 닫은 채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추종자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진실을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 역사의 심판 앞에 전두환은 죽음마저 유죄다.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광주의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은 그의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돼야 한다. 학살자가, 독재자가 더 이상 칭송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됐다. 저마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공정과 정의가 일반 국민들의 상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따져 볼 문제다. 주요 후보들을 둘러싼 의혹들은 서로를 겨누는 칼날이 되고 있고, 날카로운 말의 성찬만 보이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은 와닿지 않는다. 학살자 전두환은 집권하면서 ‘정의사회 구현’을 내세웠다. 그의 집권시절에는 ‘바르게살기협의회’라는 단체도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그가 집권하던 시기에 정의사회가 구현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가 철권을 휘드르던 시기에 바르게 사는 풍토가 정착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는 구호로 시작하지만, 구호는 구호일 뿐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공정과 정의, 상식을 외치는 현재의 대통령 후보들이 자신들이 내세운 구호를 단순히 구호로만 만들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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