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사기일까?

 

변호사 김경진

 

어느 날 사업을 하는 고향 친구 B가, 한 달 뒤에 꼭 갚을 테니 사업자금 명목으로 2,000만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하자, A는 자신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지만 한 달 후에 갚겠다는 B의 말을 믿고 2,000만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B는 사정이 어렵다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1년이 지나도 빌린 돈을 한 푼도 갚지 않고 있습니다.

 

화가 난 A는 B를 사기죄로 고소하기에 이릅니다.

과연 B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게 될까요?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입니다.

 

사기는 의도적으로 타인을 속이는 행위를 해서, 이에 속은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형사상 범죄행위입니다.

 

반면에, 돈을 빌리면서 언제까지 갚겠다고 약속했다가 갚지 아니하는 것은, 돈을 갚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되어,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될 뿐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사실은 갚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언제까지 갚겠다고 말하고 돈을 빌렸다면, 이땐 어떻게 될까요? 돈을 갚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속이고 돈을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에 해당하겠죠.

 

즉, 돈을 갚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지만, 만약 돈을 빌릴 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속이고 돈을 빌린 후 갚지 않는 다면 이 때는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갚을 의사가 있었지만 사정이 있어 갚지 못한 것이라고 변명하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과연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판례는 일반적으로 돈을 빌릴 당시 채무자에게 갚을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 돈을 빌린 후 채무자가 갚으려는 노력을 했는지 여부, 거래 과정, 채권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채무자에게 사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 만약 B가 A에게 돈을 빌릴 당시, 사업을 정상적으로 하다가 경영난의 악화로 부도가 나 돈을 갚지 못한 것이라면, 이는 채무불이행일 뿐 사기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B가 돈을 빌릴 당시 회사 운영이 어려워 심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고, 약속한 기한 안에 돈을 갚지 못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A로부터 돈을 빌렸다면, 이 때는 사기죄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성닷컴신문 제2호 실림>

저작권자 © 장성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