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C사업 주체인 조합장들의 합의 요구가 먼저...

[발행인칼럼]한농연 시위는 명분이 없다
RPC사업 주체인 조합장들의 합의 요구가 먼저...

한농연이 취임한지 100일도 되지 않은 민선 5기 김양수 군수를 향해 “군수는 각성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 명분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9월 19일 한농연은 추석을 며칠 앞두고 군청 앞에 농성천막을 치고 검은 에 군수는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시작했다. 그 이유는 농협공동사업법인에서 추진하고 있는 RPC시설현대화사업에 필요한 추가사업비 19억7천5백만원을 추경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RPC현대화사업을 하겠다는 주체는 관내 7개 농협이 공동으로 설립한 농협공동사업법인(이하 공동법인)이다. 즉, RPC현대화사업의 주체는 각 농협장인 것이다.

2006년 군수선거에서 한농연의 지지를 받은 유두석 후보가 당선되었다. 유 군수는 취임 후 곧 바로 ‘고품질쌀 육성 계획'을 수립했다. 취임 1년 쯤 지나 2007년 6월 7개 농협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농협연합RPC'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09년 1월(군수 이청) ‘장성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 출범했고 같은 해 7월에는 RPC시설현대화사업(45억 들여 황룡에 RPC를 신축하자는 사업)에 따른 실시계획을 이사회와 총회에서 확정했다.

그 후 군은 2009년 10월 제2회 추경과 12월 제3회 추경에서 각각 19억7천5백만원(군비 추가부담액)을 편성해 군의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각 농협의 사업추진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삭감 처리되어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그 후 이청 군수는 2010년 본예산(2009년 말)과 제1회 추경(2010년 초) 등 두 번에 걸쳐 예산을 편성할 기회가 있었지만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때 한농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2010년 6월 군수선거에서 당시 김양수 후보가 당선돼 민선4기 유두석·이청 군수 시대가 끝났다. 군의 수장인 군수가 바뀌자 RPC시설현대화사업은 다시 수면위로 올라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었다.

민선5기 김양수 군수는 2010년 9월 취임 후 첫 예산 편성인 제2회 추경에 반영하지 않았다. 당시 예산편성 실무자는 그 이유를 “조합장들이 부담해야 할 자부담분에 대해서 합의도 되지 않았고, 추가 사업비를 요구한 적도 없는데 군비를 세우는 것은 예산편성원칙에 맞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한농연의 시위는 앞뒤가 바뀐 것이고 시위를 위한 시위이고 명분이 없는 시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RPC현대화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 전직 군수 때 예산이 두 번씩이나 삭감되고 두 번의 편성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하지 않았을 때는 왜 조용히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시위를 하려면 무엇 때문에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찾아 풀어나가야 했다. 그 원인은 사업을 하겠다는 주체인 조합장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합장들의 합의를 먼저 이끌어 내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 조합장들의 합의가 이뤄진 후에 군에 추가사업비를 요구했는데도 군에서 예산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때 군수를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면 마지막 방법으로 데모를 했어야 했다. 그래야 명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농연은 다짜고짜 군비 부담분을 추경에 편성하지 않았다면서 ‘군수는 각성하라'며 군청앞에서 그것도 민족 대명절 추석 코 밑에서 데모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지난달 27일에는 다 익은 벼 700평을 갈아엎었다. 아까운 벼만 땅속에 파묻혀 버린 꼴이 되었다. 지난 10월 1일 군민의 날 및 군민 체육대회가 열리는 공설운동장에서는 “근조 장성쌀...”의 현수막을 걸고 성명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장성쌀산업을 위한 한농연의 염려는 높이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해 온 것도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어쩐지 딴 의도가 밑에 깔려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어 군청앞 농성천막마저도 볼썽사납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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