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각 읍면사무소에서는 민원을 대비한 최소의 인원을 제외하고 업무를 일찌감치 마치고 퇴근준비를 한다. 그리고 군청으로 향한다. 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오후 4시30분이되기 전에 4층 대회의실로 모여든다.


95년 9월부터 11년간 매주 금요일 오후 공무원 근무시간을 이용해 ‘장성아카데미'라는 제목으로 전국 유명 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실시해왔다. 장성아카데미는 「21세기 장성군의 비전과 발전을 위한 연구모임」이라는 기치 아래 관행과 고정관념에 젖어 있던 주민과 공무원의 의식을 바꾼다는 목적으로 출발된 것이다.


처음에는 군민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강의를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농업에 종사하는 군민들에게는 너무나 지루하기만 했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지역주민들은 거의 없고 공무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공무원들도 필요에 의해 수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이다. 이렇듯 강제성을 띤 수강에 대한 문제점도 있지만 이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읍면사무소와 군청 실과에서 근무를 해야 할 공무원들이 금요일 오후 4:30분이면 민원인과 업무를 뒤로하고 4층 강의실로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도 근무의 연장이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행정이 사실상 마비상태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장성아카데미 교육이 있던 날, 오후 5시 50분 경 오폐수 방류로 의심되는 물이 하천에 갑자기 흐른다는 한 군민의 제보를 받고 환경보호과에 전화를 했다. 사무실에는 단 1명만이 근무하고 있었다. 담당자가 없으니 아카데미 끝나면 전화 주겠다고 했다. 


사실 많은 주민들이 이런 불편을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군수가 바뀌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주민의 민원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생활행정을 주창하는 민선4기에서마저 공무원 근무시간에 아카데미를 실시하면서 군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면 이는 민선 1,2,3기와 다를 바가 없으며, 민선 1,2,3기의 연장선에서 실정까지도 안고가려는 모습으로 보여져 장성발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을 의식전환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매주 금요일 오후 근무시간을 이용해 한 자리에 모여 놓고 지식을 강제 주입시키려는 모양새는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다. 게다가 아카데미로 인한 행정 공백은 결국 주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아카데미를 다녀간 인사는 500여명이 된다. 이들 강사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들 강사가 우리 공무원과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나 수준 높은 의식을 심어주었는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 장성을 다녀간 500여명의 인사는 전직 군수가 사회활동을 함에 있어서 큰 재산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장성아카데미는 군수의 사교클럽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근무시간을 피해 지역주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강의가 이뤄지거나, 공무원들보다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강의 눈높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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