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무원은 아직도 無事安逸, 伏地不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능동적인 방향으로는 한 걸음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장성21세기 아카데미 교육을 10년간 받았음에도 말이다.


지난 7일 오전 11시 황룡면사무소에서 황룡시장 상인들과 함께 ‘황룡시장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상인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간담회를 개최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상인들은 고무된 마음으로 뭔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에 임하고 있었다. 몇 몇 주민이 24호선 아래 주차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 때문에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다며 행정에서 단속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의견을 제시하자 사회를 보던 담당 직원이 “담당직원이 해볼 수 없다. 상인회에서 조치 취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몇 가지 안건에 대해서 주민들 의견을 듣지도 않고 자료에 있는 내용을 혼자서 읽어 내리면서  급하게 회의를 마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2시 점심시간이 다 되자 사회를 보던 직원은 “공점포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법에 나오대로..., 다수점포소유자에 대해서는 행정적으로 할 수 없다..., 점포미개점 상인 문제는 여기나오신 분들과 함께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3개의 안건을 일방적으로 말하면서 회의를 마치려고 했다.


상인들이 의견을 제시하려 하자 사회자는 “여러분과 상의해서 여러분의 의견 반영해서 검토하겠다. 시간이 많이 갔기 때문에... 번영회장 통해서 답변하겠다”면서 급히 끝내려고 했다. 이때 또 다른 상인이 “장옥 비가 새고 빨리 보수해야 하고 나무가 썩어...”등 발언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오찬하면서 이야기 합시다”라고 말하면서 간담회를 서둘러 끝냈다. 이때 시간이 12시 8분이었다.


지난9일 삼계면사무소에서 실시된 사창현대화시장 활용방안에 대한 간담회는 황룡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여기에서도 황룡에서와 같이 그 직원이 사회를 봤다.


주민들이 진지하게 사창시장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을 때, 1시간 쯤 지났을까 사회자가 마이크를 가로채더니 회의를 빨리 진행하려는 눈치를 보이자 회의를 주재하던 김용우 부군수가 “사회자는 가만히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주민에게 말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이날 회의는 사창현대화시장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를 해야 했지만 군 의도와는 달리 주민들은 다시 5일장으로 돌려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김 부군수는 주민들이 할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 황룡에서 간담회와는 대조를 보였다. 이날 오후 4시에 시작된 간담회는 오후 5시 33분에 끝났다.


우리는 여기서 공무원의 복지부동, 무사안일에 대한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행정에 반영하려는 간담회가 아니라, 이미 예산 사용처에 대해서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간담회를 실시한다는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더라도 모처럼 상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서 행정에 반영해야 했다.

 

얼마 전 군민과의 대화시간에서 군수는 12시가 지났어도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어도 현장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면 어떤가? 정말 주민을 위해 일을 하다가 점심 한 끼쯤은 굶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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