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하려다 화가로 변신


소박한 전시회,  촌로(村老) 이정애 개인전

우울증을 극복하려다 화가로 변신
작업실 만들어 더 열심히 그림 그리고 싶어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달력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개인전까지 열게 됐네요.”

고희를 훌쩍 넘긴 42년생(73세) 송산 이정애 여사, 지난 2011년 부군께서 세상을 떠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달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 누구한테 배워본 일이 없었지만 색볼펜으로 기와집도 그려보고 나무도, 꽃도, 화투도 그려봤다. 그러다 매니큐어를 물감대신 사용했다. 집안의 벽을 그림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그림에 푹 빠져 살게 됐다. 어느새 우울증은 없어지고 화가가 돼 있었다.

그림을 시작한지 2년쯤 지나서 장성군에서 발간하는 ‘장성21세기’책자에 소개됐다. 이 글을 보고 한 군청 직원이 당시 장성군미술협회 오윤석 회장을 소개시켜주면서 미술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다. 또 공공도서관에서 1년여 동안 수채화를 공부 했다.

지난 8월에는 ‘제5회 대한민국무궁화미술대전’에서 ‘한서기념사업 회장상’을 수상했다. 곧 이어서 기로미술대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 여사는 주변의 개인전 권유에 흔쾌히 응해 읍사무소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전시회 첫날 황룡면 이길수 선생, 김종용 전 장성군노인회장, 오윤석 전 미술협회장, 공병주 장성읍장 등 인사들이 방문해 이 여사의 개인전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또 삼 남매 자녀들이 이 여사의 첫 개인전을 적극 지원하고 축하했다. 장녀 이영난씨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가 시도 때도 없이 그림만 그리고 있어서 오히려 걱정이 많이 됐는데 지금은 얼굴도 밝아지고 건강도 좋아 진 것 같아서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자식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10점이다. 모두가 색볼펜과 매니큐어로 그린 작품들이다.

오윤석 전 회장은 “아직 수준 높은 그림은 아니지만 그림 활동으로 우울증이 치유되고 새로운 삶을 찾게 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겠냐”면서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는데도 혼자서 그림을 그린 것을 보면 잠재된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그림활동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고 말했다.

공병주 읍장은 “어려운 생활환경속에서 우울증을 앓다가 그림을 그리면서 우울증이 치유되고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읍사무소 공간에 전시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줬다”고 말하면서 “그림에 그 분만의 세계가 담겨있는 것 같다. 많은 주민들이 감상하고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애 여사는 지난 5년여 동안 15개의 스케치북과 달력 등에 그린 그림이 무려 500여점에 이른다. 이 여사는 눈에 보인 것들은 모두 그림으로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동안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 욕심이 생겨 작업실을 갖고 싶어 한다. 이제 살면 얼마나 살겠냐 싶어 자식들의 권유에도 그동안 살던 한옥 집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그림 공부만큼은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객지에서 살면서 이번 전시회 때문에 고향에 내려온 장녀 이씨는 어머니의 작업실에 대한 꿈을 이뤄주려 고민에 들어갔다.

전시회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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