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만필)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가

옛날 중국 제나라에 혼기가 찬 외동딸에게 두 총각 집에서 청혼이 들어왔는바

동쪽 총각은 인물은 별로나 대단한 부자고

서쪽 총각은 재물은 별로나 대단한 인물이었기에

“재물財物이냐? 인물人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민에 빠진 아버지가 딸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느 쪽으로 시집을 가고 싶으냐? 동쪽 총각이면 오른손을 들고

서쪽 총각이면 왼손을 들라”하였더니 처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왈“양쪽 다요!”

뜻밖의 대답에 깜짝 놀란 아버지 왈

“엥? 양쪽 다라니, 그 무슨 요상한 말이냐?”

딸이 대답하여 가로되

“밥은 동쪽에서 먹고 잠은 서쪽에서 자면 좋지 않아요?”

“옳거니! 꿩 먹고 알 먹고!?”

바로 후안무치厚顔無恥 즉, 얼굴이 두껍고 염치없이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것을

빗댄‘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유래처럼

현재에 사는 우리의 삶도 어쩌면‘동가식서가숙’이 아닐는지.

실리를 좇아 동쪽과 서쪽을 왔다 갔다 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넉살과 뻔뻔함으로

왕王씨도 섬기고 이李씨도 섬기는 처세의 달인들!

태조太祖 이성계가 개국공신開國功臣들에게 베푸는

연회宴會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술에 취한

한 늙은 정승政丞이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설중매雪中梅라는 당대 최고의 기생妓生에게 치근대며 가로되

“너는 아침에는 동가식東家食하고 저녁에는 서가숙西家宿하는 기생이니

오늘 밤에는 이 늙은이의 수청을 드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러자 설중매 받아 가로되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는 천한 기생妓生과,

어제는 왕王씨를 모시다가

오늘은 이李씨를 모시는 대감과의 인연이야말로 천생연분이지요. 호호호!”

이에 얼굴이 벌게진 대감이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니

가슴속 어딘가에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만도 다행이 아니겠는가!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저작권자 © 장성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