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소값폭락을 경고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 곡물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우려까지 더해져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사료협회에 따르면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올라 5개월만에 20%가량 올랐다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이 가시화될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사료용 밀 공급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세계 4위, 밀은 세계 6위 생산국으로 식용밀의 공급이 문제가 될 경우 사료용밀의 공급 중단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 당시 국내 사료용 밀 공급이 10개월 간 중단되기도 했는대, 국내 사료 원료 중 밀은 약 15%를 차지하고 있어 밀 공급이 중단될 경우 대체 원료인 옥수수 수입량이 더욱 증가해 결국 전체적인 곡물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농가의 한우 사육두수는 이미 적정두수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가격 폭락 경고가 나온 것은 오래 전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한우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했고, 농가는 앞 다퉈 입식을 했다. 그 결과 적정 사육두수를 크게 초과하기에 이르렀고, 여기에 사료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건국대 정경수 교수에 의뢰해 실시한 ‘한우 수급균형을 위한 사육두수 방안’이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한우적정사육두수 유지를 위해 사육두수 단계별 관리메뉴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 교수는 한우 사육두수의 순환주기를 총 9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정책을 달리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연구에서 1단계는 부족단계로 가임암소 70만두와 사육두수 180만두를 꼽았다. 2단계는 가임암소 70∼90만두, 사육두수 180만∼220만두로 적정수준 접근단계로 입식 및 번식 자제를 권고하고 입식관련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단계는 증가세가 계속 유지되는 기간으로 과잉단계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사육두수 증가에 대한 예의 주시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측, 정보 제공을 강화하여 분산출하를 통하여 자발적으로 생산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단계는 ‘과잉단계’로 가임암소 두수는 110~120만 두이며 사육두수는 260~280만 두로 설정했으며 암소도태 장려금 등을 통해 생산 감축을 유도하는 시기로 홍수출하방지를 위한 분산출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5단계는 ‘위기단계’로 가임암소 두수는 120만 두 이상이며 사육두수는 280만 두 이상이다. 가격하락이 매우 심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소비촉진활동(할인판매, 군납확대)이 필요한 시기로 분류된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현재의 한우 사육두수는 이미 위기단계라고 할 것이다. 축산업은 농촌경제에 있어 비교적 고수익으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유인하는 산업이다. 그러기에 축산업의 위기는 농촌의 위기로 연결된다.

한우 가격 하락과 사료가격 상승이라는 2개의 파도가 동시에 축산농가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정치권이 대통령선거로 세싸움에 열중하고 있는 현재 축산농가의 위기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정책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대응이 절실하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 실정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현재의 상황을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가장 먼저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지원과 농가의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 과잉생산은 가격폭락으로 이어지고, 더욱이 현재와 같은 사료값 폭등 속에서 가격 폭락은 농가에 치명타가 된다. 이를 막기위한 정책이 시급히 시행되어야 한다.

또, 농가의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한 사료 자체생산과 같은 자생노력도 필요하다. 몇몇 농가들이 조직을 이뤄 직접 사료를 생산해 이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사업에 대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에는 축협이 나서야 하지만, 기존 축협들은 사료업체의 영업에만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주인인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축협이 자체 사료공장을 설립해 저렴하게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축협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농민들이 스스로 나설 필요가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축산파동이 농촌의 근간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지방정부나 관련 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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