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솔라 유송중 대표(북이면 출신)

공무원 승진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동안 시끄럽더니 최근 들어 장성군청의 청원경찰 채용을 둘러싼 추문이 이어지고 있다. 아들의 청원경찰 채용을 위해 수 천만원의 현금을 특정인에게 전달했다가 다시 돌려받았다고 고백한 사람은 증거사진으로 현금뭉치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렸다. 자신이 돈을 전달했다가 돌려받은 사람의 실명까지 공개하면서다.

공직사회의 채용이나 승진을 둘러싼 금품거래 의혹은 그 성격상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황에도 불구하고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청경채용과 관련된 의혹은 당사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특정인의 실명과 함께 전달과정과 그 경위까지 소상하게 밝히고 있어 그간의 풍문처럼 떠돌던 사례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공직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종이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젊은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열악한 고시촌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다. 공직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이다.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한 채용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는 범죄다. 청원경찰이나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와 신분보장을 받는다. 따라서 그 절차도 공무원 채용에 준하는 엄격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채용 자체가 기관장의 재량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자치 도입 이후 이러한 채용은 종종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보은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기회의 균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자격과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는 행위이다.

장성군의 이번 청원경찰 채용에는 모두 9명이 응시했고, 이들에 대한 채용은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9명 모두 서류에서는 합격했고, 면접이 채용을 결정한 셈이다. 면접만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구조이다 보니 자의적인 평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합격자를 미리 내정해 두고 요식행위로 시험절차를 거친다는 세간의 풍문이 이런 구조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금품거래 의혹에는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군수의 친인척이 연루되어 있다. 군수의 친형은 이번 논란뿐만 아니라 장성군의 각종 사업과 관련된 이권개입의혹에도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공직채용에서의 금전거래는 범죄다. 해당 논란은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진위가 밝혀져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정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공직채용을 둘러싼 추문이 청백리의 고장인 장성에서 나돌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공직자의 자세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 중 하나가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나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대하라'는 이 말은 공직자의 자기관리와 측근관리의 자세에 비춰볼만 하다. 평생 쌓은 명예가 측근의 부적절한 행위로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이번 추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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