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솔라 유송중 대표(북이면 출신)

장성군은 지난 2015년, 장성읍 오거리 회전교차로 앞에서 ‘애플조형탑’을 설치했다. 애플조형탑은 가로 5.6m 높이 7.6m 규모인 이 탑은 옐로우시티에서 유추한 태양과 지역 특산품인 장성사과의 형상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애플탑 설치에 이어 군은 지난 2018년 9월에는 광주에서 장성으로 향하는 국도 1호선상에 가로 34m, 높이 28m 규모의 철골로 ‘옐로우 게이트’란 조형물을 설치했다. 군은 이 조형물의 추진배경에 대해 ‘한국 최초 색상 마케팅을 브랜드화하여 장성의 변화와 활력을 도모하고 향기나는 옐로우시티 장성의 미래를 향한 안정, 상승, 희망을 담아 군민들의 자긍심 고취 및 장성군의 랜드마크 구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LED 전광판과 야간 경관조명을 갖춘 이 조형물을 보면서 지역의 미래를 향한 안정과 상승, 희망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플탑이나 엘로우 게이트가 예술적 조형미를 갖췄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성군은 지난해에는 장성공원에 경관폭포를 조성하고, 황룡강에 연꽃 조형물을 설치했다. 장성군은 올해에도 야은리 회전교차로에 5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노란꽃들의 향연’이라는 제목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러한 조형물들은 더러는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기능을 하기도 하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면서 뉴욕을 떠올리는 것처럼 도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형물들이 랜드마크로,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예술성과 조형미, 지역성을 갖춰야 한다.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설치한 조형물들이 도시의 흉물이 되어 결국은 고철이 되는 것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숱하게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색을 이용한 도시 브랜딩을 표방한 장성군은 노란색을 주제로 정하고, 도시 이미지를 노란색으로 입히고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이 다를 수 있고, 색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장성군이 ‘엘로우 시티’를 표방하면서 노란색을 오방색의 중심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다소 민망하다.

4차산업 시대에 오방색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공공기관이 내세우는 논리로는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딩에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색깔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다. 오방색(五方色)이란 오행사상을 상징하는 색으로 각각의 빛들이 방위를 뜻한다고 한다. 즉, 파랑은 동쪽, 빨강은 남쪽, 노랑은 중앙, 하양은 서쪽, 검정은 북쪽을 뜻하는데, 장성군은 이 중앙색인 노란색을 지역의 상징색으로 정했다는 것. 그렇지만, 오방색을 들먹이면서 조형물의 이름에 영어식 표현을 동원하는 것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다. 노란색이 상징하는 의미가 아무리 좋다 해도 도시 전체를 한가지 색깔로 물들일 수는 없다. 오방색의 근원이 된 오행사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조화다. 조형물이든 색깔이든 중요한 것은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이다.

장성군은 올해 민간건축물에 옐로우시티 디자인 도장공사비를 지원하는 옐로우시티 건축디자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에 색을 입히고, 조형물을 설치해 도시의 새로운 볼거리를 만드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지역의 정서를 담아내고, 지역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일 것이다. 매사 명암(明暗)이 있는 것이 세상사 이치인 것을.

저작권자 © 장성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