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정 장성닷컴 발행인 겸 편집국장

지방자치제에서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지자체장의 전횡과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해야하는 기관이 지방의회다. 우리 장성군의 경우 년 간 5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할 권한을 갖고 있고, 800여 공직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군수를 견제·감시해야 하는 기관은 장성군의회다. 특히 1년간 집행부가 추진한 군정업무를 감사하는 ‘행정사무감사’는 매우 중요한 군의회의 활동이다.

지난 8일 장성군의회가 채택한 ‘2020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왜 군수가 본회의장에서 졸고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 군의원들의 발언이 자장가쯤으로 들렸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졸수 있었을 것이다. 군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사항이 쏟아져 긴장감이 돌았다면, 행정사무감사 결과 보고서에 시정이나 주의 조치 몇 건이라도 있었더라면 본회의장에서 군수가 졸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사를 하는 군의원의 생각은 늘 동전의 뒷면에 궁금해 해야 한다. 집행부는 매사에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기 마련이다.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군의원은 부정적인 면을 찾아내야 한다. 이 사업을 왜 해야 했는지, 이 사업으로 인해서 무엇을 얻었는지, 예산낭비는 하지 않았는지, 법규는 준수했는지 등을 집요하게 따져 잘못을 밝혀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

이번에 장성군의회는 감사결과 처리기준 시정, 주의, 개선, 권고, 건의 5단계 중 가장 가벼운 권고 65건과 건의 2건, 총67건을 건수만 늘려 나열하듯이 지적했다. 장성군에서 2020년도에 5천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면서 추진한 업무 중에서 시정, 주의, 개선 사항을 단 한 건도 찾아내지 못했다.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무능해서 인지 아니면 집행부와 짬짬이로 찾아내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지도 않다.

행정사무감사 기간이 휴일을 제외하면 5일뿐이다. 5일 동안에 1년 동안 추진된 군정업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군정에 큰 관심을 갖고 행정사무 전반을 이해해 왔거나 민원인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위법·부당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솜방망이 감사 결과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작금의 장성군 행정이 군민을 위한 것인지, 군수 개인을 위한 것인지, 군수 측근을 위한 것인지 걱정스러운 행태가 적지 않다는 것을 군민의 대의 기관인 군의원 개개인이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쉽게 말하자면, 군의원은 엄청난 권한을 가진 군수의 전횡이나 독주를 막는 역할이 가장 크다. 군수를 견제·감시를 하기 위해서는 군정 전반을 이해해야 한다. 수 십 년 동안 행정업무에 전념해 온 공무원을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기란 어렵겠지만 최소한 공무원의 그럴듯한 설득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실력을 갖추고,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군의원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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